판소리 단가 한 자락이 인생을 바꾼 이야기
치명적인 목소리, 운명을 바꿔버린
요즘 난리 난 에니메이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앞 부분에 애간장 녹이는 판소리가 나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20년 전 인터뷰했던, 한 남자를 떠올렸습니다.
대통령, 재벌회장 등 유명인들 대상 초상사진전문작가로 부와 명예를 누리던 사람.
그런데 (팜므파탈도 아닌데) 치명적인 여인을 만나 운명이 바뀝니다. 잡지사의 화보촬영요구로 만난
젊은 국악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촬영 전 몸을 풀면서 흥얼대던 소리, 촬영장비를 세팅하며 겉귀로 듣던 소리 한자락에 갑자기 몸이 얼어붙었답니다.
‘아서라 세상사 부질없다!’로 시작되는 소리였는데(나중에 알고보니 ‘편시춘’이라는 단가), 그 어떤 유명인 앞에서도 떤 적 없던 그를, 클래식, 팝송, 재즈만 듣고 살던 미국유학파 출신인 그를, 방송에 국악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를 전율케 한 그 소리.
그 소리의 정체가 미치도록 궁금했다고 합니다.
결국 사진작가는 그 국악인을 따라다니며 서서히 소리세계에 빠져듭니다. 늪이었습니다.
급기야 국악음반회사를 차렸고 초상사진으로 번 수십억원을 날리고 전세살이로 내려앉습니다. 인터뷰 했을 때 그는 (후회, 반성, 성찰은 커녕) 앞으로 남은 삶도 이 ‘소리’를 널리 알리는데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궁금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장 듣고 싶었습니다.
한때 세상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사진작가, 그대로 두었으면 강남에 빌딩 몇 채 소유하고 살았을 재력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그 세이렌의 목소리, 오디세우스처럼 포박할 새도 없이 소리의 파도에 휩쓸리게 한 목소리, 그 치명적인 목소리.
치명적인 이야기, 왜 나를 울리나
20년 전, 목소리의 주인공을 20년 방송작가 생활의 괴력(?)을 발휘하여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냈습니다.
20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와의 첫 만남처럼 설레고 긴장되었습니다.
인터뷰 날, 한예종 교수실에서 맞아주는 그녀를 만났을 때 살짝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한복에 쪽진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목소리의 주인공은 웬지 한맺히고 피맺힌 구절양장 삶의 주름이 얼굴과 목소리에 쭈글거릴 것으로 예상했나봅니다.
활짝 웃으며 환대하는 그늘 없는 모습이며 ‘여존남비’집안에서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자란 성장사, 명함에 금박테 둘러야 할 것 같은 화려한 이력을 보면서
(국내 판소리 박사 1호, 국가 무형문화재 판소리 홍보가 이수자, KBS국악대상, 임방울 국악제 대통령상, 현재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 사단법인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
슬그머니 의문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이 밝고 화사한 명랑 명창의 삶 어디에서 그런 ‘치명적 목소리’가 나왔을까?
대답은 채명창이 인터뷰 중 보여준 낡고 오래된, 검은 인조가족 노트가 대신합니다.
백일독공의 기록.
백일독공이라니, 그 옛날 소리꾼들이 득음하겠다고 깊은 산 속 폭포수, 동굴을 찾아들어 먹고 자는 시간 외에 종일 목 터져라 소리하며 백일을 채웠다는 그 백일독공. 목에서 핏덩이 쏟아지고, 똥물 받아 고치면서, 득음 못하면 죽어버리겠다는 심산으로 달려든다는 고행.
노트에는 채명창이 백일독공하며 하루하루 자신과 전쟁한 기록이 빼곡히 담겨있었습니다. 목 버린다고 평생 한 두 번 하고 만다는 그 백일독공을 수십년째 해오고 있답니다.
그 뿐인가요. 판소리에 굿의 혼이 들어있다 믿어, 씻김굿의 고장 전남 진도를 찾아가 실제 무구를 잡고 수련한 십수년의 이야기도 기막힙니다. 두 아이의 엄마였고 대학강의를 다섯 군데나 오가면서도 말이죠.
소리판 최고의 찬사라는, 소리귀신, 소리무당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네요.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채명창의 치명적인 목소리는,
판소리에 대한 치명적 수련, 치명적 고행, 치명적 사랑에서 나온 것이더군요.
그 목소리, 예술과 마음 하우스콘서트에 옵니다!
케데헌이 지구촌을 들썩이게 합니다.케데헌 속 판소리에 매혹된 외국인들 찬탄이 유튜브에 넘칩니다. 케데헌 2탄은 판소리가 될 거라는 예견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판소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왜 외국인들이 저리도 빠지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실상 우리 대부분은 판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예술과 마음’ 하우스 콘서트에서 그 소리판을 걸지게 펼치려 합니다.
사진작가의 운명을 바꿔버린 그 치명적인 목소리, 들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 목소리의 주인공, 백일독공의 목소리, 굿의 혼이 실린 판소리, 코 앞에서 듣고 싶지 않습니까?
이왕 마음 잡고 듣는 거, 대한민국 최고의 명창, 세계판소리협회 주역의 목소리로
제.대.로 들어보는 것 어떻습니까?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예매를 서둘러 주세요.
'예술과 마음 하우스콘서트'는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 (2013~2018)
아마니 페스타 (2022)
피어우드 하우스콘서트 (2023~2024)
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갑니다.
아트 커뮤니케이터 김지현 올림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예매를 서둘러 주세요.
© 2025 Artmaum.Com ALL RIGHTS RESERVED